SK가스, AI 전력수요 올라탄다

SK가스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5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 액화석유가스(LPG)와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울산GPS 등 투자사업의 이익 기여도를 높이고,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북미 가스전 투자 기회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027~2030년을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집행기로 설정하고, 2031년부터는 관련 사업의 이익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SK가스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CEO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를 개최하고 향후 10년간의 성장전략과 자본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윤병석 사장이 직접 회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했다.
회사가 제시한 세전이익 목표는 기존 LPG·트레이딩·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 약 2500억원, 울산GPS를 비롯한 투자사업에서 약 2000억원을 확보해 연간 45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10년간의 평균 세전이익인 약 23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신규 투자사업의 이익을 더해 전체적인 이익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SK가스는 지난 10년간 수익성과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해 왔다. 연평균 세전이익은 2015~2019년 약 1000억원에서 2020~2025년 3000억원대로 증가해 세 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주당 현금배당은 2000원에서 9000원으로 4.5배 늘었다. 최근 10년간 주주총수익률(TSR)도 연평균 17% 이상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처럼 개선된 이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성장투자와 주주환원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가스는 향후 10년의 성장전략을 고객 확대, 공급·판매망 강화,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등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AI 기술의 확산과 지정학적 위험 증가, 에너지원 간 경쟁 심화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고 에너지 조달과 판매를 최적화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기존에 구축한 울산 LNG·LPG 터미널과 겸용 발전소 등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화 시대에 필요한 발전 솔루션을 모색한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등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에너지 공급 역량과 발전 인프라를 연계해 새로운 유틸리티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공급에 그치지 않고 전력 수요 변화에 맞춘 사업 기회를 발굴해 기존 자산의 활용도와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미에서는 가스전 투자 기회를 검토한다. 습성가스(Wet Gas) 개발에 투자해 메탄(C1)뿐 아니라 에탄(C2), 프로판(C3) 등 다양한 성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방안이다. 생산한 가스를 북미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한편, LNG·LPG·에탄 터미널을 통해 한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사업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가스 생산부터 유통과 판매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통해 조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북미 가스전 투자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는 사업성을 확보하고 주요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선별해 추진할 계획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예상 수익성과 투자 위험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존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수요처 확대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하와이와 카리브해 등 섬 지역에서는 LPG 공급과 발전사업을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남아시아에서는 LPG·LNG 공급과 듀얼퓨얼 발전을 연계하고, 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서는 LPG 공급을 노후 발전원 대체 수요와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모색한다. 지역별 에너지 수요와 발전 여건에 맞춰 공급과 발전을 결합함으로써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확대한다. SK가스는 기존 LNG와 LPG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선택권을 에탄까지 넓혀 C1인 메탄부터 C4인 부탄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성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고객의 설비 여건과 제도, 계약 조건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공급 유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면 가격 변동과 수급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고, 고객별 수요에 맞춘 공급도 가능해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SK가스는 2027~2030년을 신규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 집행기로 설정했다. 이 기간 에탄 사업과 AI 데이터센터 관련 유틸리티 사업, 북미 가스전 등에 투자해 미래 수익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규 사업의 이익은 2031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단기 수익을 확대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이후 신규 사업이 실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투자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성장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도 유지하기로 했다. SK가스는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신규 투자를 검토할 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내부수익률(IRR)이 주주기대수익률(CoE)을 웃도는 사업에 한해 투자를 집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투자금이 회사의 자본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따져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투자 기회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높은 투자 기회가 발생하면 재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2026~2028년 총 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매년 약 10만주를 주가가 저평가된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한 뒤 즉시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도 제시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는 2027~2030년에도 연결 부채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하고, 최소 2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성장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 시장 변동과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지난 10년이 시장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을 증명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 단계 높아진 이익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주주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K가스의 이번 전략은 기존 LPG 사업을 기반으로 LNG와 에탄, 발전, 북미 가스전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투자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관리하고 주주환원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향후 신규 사업의 실제 수익성과 투자 성과가 회사가 제시한 연평균 세전이익 4500억원 이상의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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